독일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표적인 나라다.  신호등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나무들만 주변에 서 있어도 독일인은 무단횡단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한밤 중에도 거의 모든 차들이 신호를 잘 지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문화에 '반란'이 일어났다. 야당인 좌파당이 보행인과 자전거통행인들에 대해 신호를 위반해도 벌금을 물지 않도록 하자는 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큰 대로면 몰라도 이면도로나 소로에선 교통상황에 따라 빨간 신호등에도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좌파당의 교통정책담당자인 자비네 라이디히는 “그러면 도시에서의 이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빈 기술대학의 울리히 레트도 “빨간 신호등에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건너 가는 것에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자전거 천국이다. 인구 8100만인 나라에 자전거가 7200만대 굴러다닌다. 5명 중 1명은 매일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법은 엄격하다. 신호를 위반한 보행자에게는 6달러,자전거  통행자에게는 150달러의 벌금과 운전면허 벌점을 매긴다. 수도인 베를린에서는 자전거 신호위반자에게 2014년 8월 11일~2015년 10월 12일 사이 37만429유로(약 4억6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96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1.9% 증가했다. 부상자는 6000명 는 7만7900명에 달했다.
 
독일 좌파당의 제안은 현재로선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워 보인다. 집권 보수 기사·기민연합은 “사이클리스트는 특수 계급이 아니다”며 “모든 교통 참여자들은 도로교통의 한 부분이며 따라서 안전과 공존을 위해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반대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자전거 통행자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프랑스는 2012년 사이클리스트들에게 교통에 불편을 주지 않는 한 신호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 네덜란드는 1990년 사이클리스들이 빨간불에 우회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바젤도 신호에 관대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비슷한 법안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