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장내 안전의식도 후진적
 
여객선 세월호 참사와 잇단 산업재해로 기업의 사업장 내 안전장치와 대책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안전 경영’을 내세워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터진 뒤에야 내놓고 있어 ‘뒷북’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사고 나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
 
 경향신문은 15일 올해 책정된 안전예산이 얼마인지를 10여개 기업에 질문했다. 하지만 업체 대부분이 답변을 거부했다. 안전교육, 안전시설 유지·관리 비용 등 안전예산 개념을 어디까지로 잡아야 할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매년 한 달간 실시하는 정기 유지보수작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상시적인 정보기술(IT) 안전관리까지 합쳐야 하는데 산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안전용품 구매는 총무부 소관이지만 각 항목별로 담당부서가 달라 집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안전에 소홀했다’는 솔직한 대답도 나왔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실 매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안전예산이 공시의무도 아닌데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전예산을 공개한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말까지 노후 설비 교체 등 안전환경 분야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안전예산을 당초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늘렸다. 현대중공업도 올해만 3000억원을 쏟아부어 재해 위험요인과 예방대책을 점검·보완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 사업장에서는 공교롭게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와 그해 7월 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폭발 사고로 총 4명이 숨졌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3월부터 두 달 사이 8명이 숨졌다.
 
이에 삼성그룹은 안전환경연구소를 기존 2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늘리고 인원도 300명 이상 확충했다. 현대제철은 300여명 규모로 상설점검반을 꾸렸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안전전담요원을 80여명에서 210여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여론 무마용’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힐난도 나왔다.
 
 
■ 후진적인 안전 의식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의식 부족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2만88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점검한 결과 82.4%의 사업장에서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산재를 입은 노동자는 8만41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1929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 1위다. 안전사고로 숨진 사람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이다. 기업은 안전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영세한 하청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작업에 투입해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기업문화가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게 생산력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