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는 올해도 계속 된다
2014년 한해 동안 우리사회를 장식한 화두 ‘안전(安全)’이다. 6.4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첫 번째 공약은 ‘안전’이였다. 유례가 없던 일이다. 급기야 1만 조직의 ‘국민안전처’가 탄생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그 많던 안전공약에 의해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안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년간 발생한 각종 참사들을 봐도 그 결과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연초부터 깊은 산속에서 무려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월 경주 마우나 리죠트 붕괴 참사, 뒤이어 이번엔 바다에서 4월 16일 304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8명이 화염으로 죽어간 5월 경기도 고양터미널 공사 화재 참사, 22명이 화염으로 죽어간 장성요양원 화재 참사, 27명 사상자가 발생한 10월 경기도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참사 등등... 2014년 억울한 국민들의 장례 행렬은 계속됐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대전 한국타이어 화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장성요양병원 화재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담양팬션 화재
특히 지난해는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발생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연이어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이후 ‘감리제 도입’ 등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안고 있다.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 할 때마다 경찰 조사를 보면 설계 및 시공부실, 인․허가비리 등이 엵어 놓은 굴비처럼 터져 나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모 언론사에서 조사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안전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이제 대한민국은 극도의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도처의 산업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산업재해, 잦은 원전사고, 교체주기를 이미 초과한 고속철도, 수십년 노후된 국가 산업단지 시설과 위험의 외주화, 썪고 있는 4대강 재앙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위험요소들이 호시탐탐 국민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에서 들은 한국말
몇 년전 필리핀에서 한국 기업이 건설중인 수빅만 대형 조선소 건설노동자들을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물었다. “혹시 한국말 하시는 분?” 한 노동자가 손을 들고 말한다. “빨리빨리 섹끼아” 이 말은 한국 노무관리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고 한다.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이쯤되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매년 산업재해, 교통재해, 화재 등 각종 재해로 인해 무려 3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2010년기준)하고 있다. 이중 10%만 줄여 국민복지에 투자한다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텐데... 섣부른 기대를 해본다.
그 많던 복지공약은 다 어디가고 담배값 인상을 통한 예산확충 꼼수만 남아서는 복지국가의 안전사회 턱 밑도 가지 못한다. 오죽하면 724명의 대학교수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했겠는가?
정부가 또다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새로운 경기부양책으로 걸고 나왔다. 정규직에 대한 특혜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비정규직이 더 많이 양산되면 될수록 산업재해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자본의 무한한 탐욕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 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노동자대표 참여보장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구미 불산가스 유출 사건에서 봤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사업장 안전 문제가 시민 안전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재작년 우리나라에서 9만 1천824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10명중 8명은 비정규직이거나, 하청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위험의 외주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위험사회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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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미래 얘기를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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