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 어릴 때부터 생활화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본법인 헌법 제34조 6항이다. 국가가 중요시해야 할 책임 중 하나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일이라고 헌법에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할 때 꽃도 피워보지 못한 학생 수백 명이 부실한 안전시스템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희생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학생들의 안전은 어떻게 해야 지켜줄 수 있을까.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5조(학교안전사고 및 예방에관한책무)에는 ‘학교장은 학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교시설을 안전하게 관리·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또 같은 법 제8조(학교안전교육의 실시)에는 ‘학교장은 학생 및 교직원에게 학교안전사고 예방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또한 아동복지법 시행령 제28조에는 재난대비 교육을 포함해서 실종·유괴·교통안전 등의 교육을 연 44시간 이상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교사 2만1천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에 대한 교육 의무시간을 지킨다는 비율이 12.9%에 그쳤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재난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많은 학교가 형식적이고 실적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에 대한 안전교육 자체가 별도의 교과로 편성되지 않고 창체나 체육시간에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인 안전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 외국에서는 안전교육을 어떻게 실시할까.
미국은 시청각 자료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안전교육을 한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주로 오후시간 때에 화재안전, 구급처치, 교통안전, 재해안전 등 체험형 위주로 진행된다. 교통안전 교육의 경우 저학년은 횡단보도 안전하게 건너기, 스쿨버스 승하차 교육 등을 실시한다. 저학년 안전교육의 시작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운전자와 눈을 마주친 후 차가 멈출 때 건너기이다. 고학년의 경우 학교횡단 순찰대를 결성해 하급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런 경험은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해 실제 사고 발생시 연대의식 발휘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을 특히 강조하는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처럼 정규교육 과정에 안전교육을 편성해 5~16세 연령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개인별 사고예방법과 대처요령을 학습케 해 시민으로서 안전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준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규칙 익히기, 사고시 도움 요청하기, 위험에 대처하기, 응급처치, 화재대피훈련 등 실생활에 유용한 것을 배운다. 90%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법적 의무교육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학교보건법에 의해 보건시간에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소학교와 중학교는 자연재해에 대한 보건수업, 고등학교는 교통안전수업을 진행한다. 179개의 재난안전체험장에서 유치원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가 재난대처 훈련을 받는다. 특히 유치원생은 수영장에서 1주에 4시간씩 구조훈련을 받는 등 어린이 재난교육을 강조한다. 재난교육과 별도로 어린이보호 정책도 실시하는데, 바로 2002년 문부과학성의 ‘어린이안심프로젝트’라는 사업이다. 학교나 학교 주변에서 범죄 혐의자로부터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하는 정책이다.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는 미국·독일과 달리 일본은 지역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학교 출입문 관리·외부인 통제·순찰 등의 역할을 맡긴다. 외부인이 학생에게 접근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서 교무실의 위치도 외부인의 이동경로와 운동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둔다.
안전은 생활이다. 단순히 귀로 듣는 때우기식 안전교육으로는 학생들이 재난상황에서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선 반복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안전의식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정비돼도 안전의식이 향상되지 않으면 재난 등이 발생 때 나와 가족, 동료 등을 지키기 어렵다.
학생들도 단순히 안전교육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행동하면서 체험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체험관을 찾아가서 교육을 받는 것은 효과가 크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함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아야 하고, 소방·경찰 등 안전에 대한 전문가 강의도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 학교, 지자체, 유관기관, 정부 모두가 협력해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더욱더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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