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넘어 ‘고도 위험사회’로 가는 한국 - 논점비교
중앙일보＜2014년 5월 7일자 30면＞ 
안전불감증 넘어 ‘고도 위험사회’로 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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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사회가 안전을 부르짖는 와중에 서울 한복판 지하철에선 추돌 사고로 240여 명이나 다쳤다. 그야말로 후행 기관사의 기민한 대응으로 사망자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사고였다. 그런가 하면 대구 케이블카는 네 차례나 급발진 사고를 반복하면서도 배짱 운행을 하다 10여 명이 다친 뒤에야 운행을 멈췄고, 거제 유람선은 140여 명을 태우고 가다 기관 고장을 일으켰고, 390여 명을 태운 독도 여객선도 뱃길 중간에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가 발표한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2일 발생) 중간수사 결과 내용은 어이없는 수준이다. 발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이 신호기계실에서 모니터상으로 신호 오류가 난 것을 확인했단다. 그런데 ‘통상적 오류’라고 생각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사고 열차의 앞 열차는 사고 직전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스크린도어를 세 차례나 여닫느라 1분30여 초간 운행이 지연됐지만 이를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 통상 전동차가 한 곳에 40초 이상 머물면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무시한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안전 상황이 ‘통상적’으로 무시되었을까. 이에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나흘 전부터 신호체계가 고장 났다”고 발표했지만, 실은 지하철 신호 및 강제제동제어시스템(ATS) 오류는 최대 8년 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흘 전에 상왕십리역에서 고장이 났을 뿐, 이미 전 구간에서 비슷한 사고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관사들이 아예 ATS를 끄고 운행하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 전동차에 차량 연식도 제각각이고, 표준도 일본·독일·한국식이 뒤섞이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까지 뒤범벅돼 통합운용이 어렵고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하철 안전 예산을 최근 대폭 삭감해 가뜩이나 노후한 지하철의 안전 운행은 애당초 담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서울메트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월호의 그 많은 어린 학생의 희생에서조차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인지 슬프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문화에만 핑계 대기엔 우리 사회 위험의 정도가 너무 높다. 한발 내디디기조차 불안한 지경이다. 이젠 개혁적으로 안전시스템을 보강하고, 안전사범은 엄격한 처벌로 응징하는 등 전 사회가 ‘안전사회’로 급선회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한겨레＜2014년 5월 6일자 19면＞
‘안전 경시’가 부른 서울지하철 추돌사고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수도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하철 개통 뒤 40년 가까이 흐르면서 차량과 설비의 노후화로 고장이나 사고가 상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당일 저녁에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도 열차가 바퀴의 제동장치 이상으로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승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도권 지하철 사고는 5~8호선보다 1~4호선에서 더 잦다. 차량과 설비가 상대적으로 낡은 구간일수록 사고 건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의 집계를 보면, 현재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코레일 등이 운영하는 수도권 철도 차량 6024대 가운데 14.6%인 881대가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 노후 차량이 7대 중 1대꼴이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지하철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지하철 운영사들의 예방점검은 오히려 느슨해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면서 20년으로 돼 있던 철도차량의 내구연한 제한을 철폐한 게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상왕십리역에서 사고를 낸 두 편의 열차도 각각 24년, 25년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구연한 제한이 풀리지 않았다면 이미 폐기될 처지였는데 무리하게 운행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정부는 내구연한 규정뿐만 아니라 차량 부품 검사 및 안전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아울러 각 구간의 철도 운영사들도 자체 정비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하며, 차량점검 주기 또한 더 늘렸다. 정부와 지하철 운영사들이 합작으로 사고의 개연성을 키워온 셈이다. 이유는 오로지 지하철의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한 경영 효율화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어찌 보면 예고된 사고다. 또한 앞으로 수도권 지하철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고의 징후이기도 하다. 승객 안전을 담보로 사고 위험이 높은 낡은 차량이 계속 달릴 수 있게 방치해선 안 된다.
[논리 vs 논리] 사고 원인 … 중앙은 안전시스템 미비, 한겨레는 성장위주 정책
서울 지하철은 하루 평균 700만 명, 한 해 25억 명이 넘는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니 가히 ‘시민의 발’이라 할 만하다. 안전이 담보돼야 할 지하철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238명이 경상,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추돌 사고 이후 열차 내에서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한 승객들은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맞은편 선로를 따라 대피하기도 했다. 만약 승객들이 피신한 선로로 후속 열차가 들어왔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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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8일에는 지하철 1호선 부천 송내역과 인천 부개역 사이에서 열차가 300m나 후진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9일에는 중앙선 옥수역에서 열차가 20분 정지했다. 11일에는 천안·아산발 KTX 열차가 금천구청역 인근에서 정지했으며, 12일에는 지하철 6호선 석계역에서 출입문 고장으로 승객 100여 명이 하차 후 후속 열차로 갈아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에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출입문이 고장 나 승객 600명이 하차 후 후속열차를 이용해야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사고에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연이은 지하철 사고에 대해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안전불감증 넘어 고도 위험사회로 가는 한국’이다. 한겨레는 ‘안전 경시가 부른 서울지하철 추돌사고’라는 제목을 붙였다. 중앙일보는 ‘고도 위험사회’에, 한겨레는 ‘안전 경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한겨레 사설 제목만 보면 지하철 1호선 상왕십리 사건을 개인의 안전경시 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는 것 같지만 사설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한겨레가 말하는 ‘안전경시’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지하철·철도 운영사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면서 20년으로 돼 있던 철도차량의 내구연한(耐久年限·건물이나 가구 따위의 쓸 수 있는 연한)을 철폐한 게 사고 위험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폐기되어야 할 열차가 운행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상왕십리역에서 사고를 낸 두 편의 열차는 각각 24년, 25년 동안 사용된 열차다. 결국 내구연한 철폐, 정부의 규제 완화가 사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의 ‘차량 부품 검사 및 안전 기준’의 대폭 완화도 사고 원인으로 추가한다. 지하철·철도 운영사가 적자 해소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정비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하며, 차량점검 주기를 늘린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겨레가 사고 원인을 거시적으로 바라본 것과 달리 중앙일보는 미시적이고 개별적으로 분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 발표를 인용해 사고 원인으로 ‘신호 오류’를 지적한다. 사고 직전 열차 문이 닫히지 않아 사고 열차가 1분30여 초간 운행이 지연됐지만 40초 이상 머물면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무시하고 이 사실을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지하철 신호 및 강제제동제어시스템(ATS) 오류는 최대 8년 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임을 지적하며, ‘전동차에 차량 연식도 제각각이고, 표준도 일본·독일·한국식이 뒤섞이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까지 뒤범벅돼 통합운용이 어렵고,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고 상세한 분석을 하면서 서울시가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하철 안전 예산을 최근 대폭 삭감했고, 직원의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중앙일보는 사설 말미에서 “안전시스템을 보강하고, 안전사범은 엄격한 처벌로 응징하는 등 전 사회가 ‘안전 사회’로 급선회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시스템’은 ‘ATS 오류’와 ‘신호의 표준’, ‘안전교육’과 같은 미시적인 문제다. 이는 충분히 해법 제시가 가능하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지난 5월 노후전동차를 교체하고, 기존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사고 발생 시 5분 내에 초기대응을 완료하는 ‘골든타임 목표제’를 도입하고, 지하철 직원에 대해 안전교육 수료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앙일보 사설에서 ‘미시적’으로 지적한 내용을 서울시에서 수용한 결과라고도 하겠다.
반면 한겨레 분석은 해법 제시가 간단하지 않다. 한겨레가 지적한 ‘안전경시’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지하철·철도 운영사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소위 ‘친기업정책’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은 정책 기조가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는 비용 절감과 적자 해소를 위해 인력과 안전비용을 줄이는 소위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라는, 현 정부에 대한 주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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