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 없는 '위험사회' 한국
목표지향주의 '고속성장', 사회 안전망 구축은 외면
각종 대형사고…위험사회 진입, 사회재구성 노력 필요
80대 치매환자의 방화로 21명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고, 70대 노인이 지하철에 시너를 붓고 불을 질러도 속수무책인 나라. 안전을 외면한 채 경제성장만 강조해 온 한국의 사회 구조가 각종 대형사고의 위험요소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6년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현대 사회의 발전은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새로운 위험이 발생해 그만큼 위험요소가 커지고 있다는 ‘위험사회(Risk Society)’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산업발전에 따라 위험 요인이 늘어나는 만큼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사회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참사(1995년), 대한항공 항공기 괌 추락(1997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1999년) 등 각종 대형사고가 잇따랐다.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각종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안전망 구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라시스코 공항 착륙사고, 서울 노량진배수지 공사장 수몰사고와 더불어 올해에는 여객선 세월호 참사,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선 경기 고양터미널, 안산 시화공단 폐기물처리업체 등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해 현장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28일 새벽 전남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6분만에 초기 진압됐지만 환기시설 등이 부족해 노인 등 21명은 화상이 아닌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했다.
박달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대형사고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경제성장에 집중한 반면 안전은 외면해 고도의 위험사회에 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사회에 노출된 사회는 결국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결과만이 아닌 과정, 수칙 등을 챙길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효사랑병원 화재사고의 경우 자력피신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건물의 화재 위험도에 따른 점검을 시행해야 하고 다른 곳들 역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이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스트레스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불안감, 긴장감이 높아지고 불만이 늘어나면서 책임감, 의무감이 소홀해지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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