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입찰, 위험의 외주화, 안전 불감증 등 산단내 구조적·근본적인 문제… 전체 입주 기업 공통”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또 여수산단에서 사고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산업단지의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서는 노후화된 설비를 비롯해 저가 입찰과 위험의 외주화, 입주 기업 전체의 안전 의식 등을 근본 원인으로 꼽으면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문제 의식이 속속 제기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26분경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입주 기업 여천NCC 3공장서 폭발 사고가 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공장은 석유화학물질인 에틸렌과 벤젠 등을 제조하는 곳으로 열교환기 테스트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220여 개 화학 회사의 물질창고·공장 등이 모여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최근 5년간(2017~지난해) 총 16건의 중대 사고(사망자 발생·유해화학물질 누출 등)가 발생했다.

불과 지난해 말(12월13일)에도 여수산단내 한 업체의 화학물질 저장고 상부 작업 중 폭발 사고가 발생,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과 지자체 등을 향해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50여 년 동안 가동으로 인한 노화된 설비, 기업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 법인과 경영자에 대한 법적인 면죄부, 저가 입찰 및 위험의 외주화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여수산단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전체 입주 기업들의 공통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입주 기업들에 안전에 대한 정보를 시민에 공개하고 지역 사회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국가산단환경안전특별법(가칭)을 제정해 국가 산단에 대한 안전과 환경에 대한 종합 대책 수립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진 여수 시민감동연구소 대표도 11일 발생한 사고에 대해 “언제 이런 소식이 들리지 않을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돼도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여수 산단 각종 공사의 최저가 경쟁 입찰제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공장 여건상 각종 공장 기계 설비의 정기 보수와 임시 보수가 필요하고 원청사에 등록된 협력회사가 지속적으로 일감을 받아야 숙련된 기술자를 채용할 수 있고 안전 교육과 안전 장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현행 입찰을 통한 공사 업체가 결정의 허점을 지적했다.

국과수 법안전실장을 지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도 산단의 노후화가 사고를 감지키 어렵게 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시설이 노후화되면 온도, 압력, 유량 등의 변화가 사고 직전까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이상 신호 검출이 가능한 진동 신호나 음향 방출 등을 이용한 실시한 모니터링 방법이 도입돼야 하고 미리 기존 사고를 분석해 사고를 예측하는 예지 정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함동한 전남대 교수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땜질식·대증요법’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안전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 안전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산자위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라 2016년을 시작으로 5년간 전국의 산업단지내 대형 사고 124건을 유형별로 나눈 결과 화재 사고가 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업재해가 51건으로 뒤를 이었고 폭발 21건,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19건 등이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산업단지내 안전사고가 매년 개선되고 있지 않아 특단의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11일 사고가 난 여천NCC측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 국가 기관의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사후 대책, 피해 유가족 대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