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부두, 교량을 설치할 때 받아야 하는 해상교통 안전진단은 사업규모가 꽤 크지만 공공기관이 독점하고 있다. 장비, 기술인력 기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급기야 공공기관에서만 안전진단 대행업을 수행하도록 법안을 개정한다고 발표하여 논란이 일었다.

군산과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 모양의 배, 일명 위그선은 바다 위를 1~5m 떠올라 시속 180km 이상으로 운항하는 신개념 선박이다. 이 위그선이 관광산업에 상용화될 계획이었으나, ’12년 돌연 취항이 무산되었다. 해상교통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다에 교량, 터널, 케이블을 설치할 때나 항만이나 부두를 개발할 때 등 해상교통 안전에 미치는 사업을 추진 시에는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번 설치된 시설물은 철거하기도 어렵거니와 선박항행 사고 발생 시 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별 업체가 직접 해상교통안전을 진단하기 어려워, 안전진단 대행업체가 그 일을 대신한다. 현행법에서는 안전진단 결과의 신뢰성을 위해 안전진단 대행업 등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안전진단 대행업을 하려면 선임자급 진단 인력을 8명 갖추고 선박조종 시뮬레이터도 6대 갖춰야 한다.

해상교통 안전진단 대행업에 등록한 업체는 4곳인데, 이 중 3곳이 공공기관이다(한국해양대학교, 목표해양대학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안전진단 대행업으로 등록한 민간업체 비중이 낮은 것은, 기본적으로 진단 대행업 등록기준이 높아서이다. 사실 안전진단 대행업 사업규모는 꽤 큰 편이다. 해상 시설물 설치에 따른 안전진단 용역사업은 정부기관에서 발주하는 것만 해도 연간 6억 원 가까이 된다. 사업규모를 보면 민간업체가 진입할 만도 한데,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다른 안전진단업체 사정은 어떨까. 도로교통 안전진단업은 30여개 민간업체가, 지상시설물 안전진단업은 460여개 민간업체가 등록되어 안전진단업무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안전진단 업무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필요하다. 해당 자격을 갖추었다면 민간업체 또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관부처는 비영리기 관에서만 해상교통 안전진단 대행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옴부즈만 지원단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을 철회하도록 건의했다. 소관부처는 이를 수용하여, 영리·비영리 구분없이 해상교통 안전진단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해상교통 안전진단업에 대한 진입제한 규정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진입문턱이 높다. 안전진단 대행업이 발전하려면, 해당 사업에 종사하는 업체수가 일정수 이상 되어야 한다. 실력 있는 업체를 육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