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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0일 만에 단원고 학생

한 명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실종자는

11명입니다. 이들이 어서 차가운 바다를 나와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면서, EBS 뉴스는, <실패에서 배운다>

두 번째 시간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학교의 안전교육을 살펴봅니다. 누가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요. 먼저 조희정 작가가 일본의 학교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 사회가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

최근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미궁에 빠져 있었던

초등학생 살해범 검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9년 전인 2005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이 여학생은

하굣길에서 납치돼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학교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합니다.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일본이 학교 안전을 강화하게 된 계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2001년 이케다초등학교 참사.

당시 학교로 괴한이 침입해

1·2학년 학생들에게 닥치는 대로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8명 사망, 15명이 중경상을 입은 전대미문의 이 사건은

일본 학교 내 안전관리와 등하굣길 안전확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졌습니다.

교육과정도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 교통사고 중심의 생활 안전교육과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방재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일본 학교안전교육은

이 사건 이후 보안을 다루는 안전관리교육으로까지

범주가 확대됩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실질적인 노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실제 교과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요.

학교안전교육의 목적과

세부적인 교육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문부과학성을 찾았습니다.

"지금 여기 보시는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이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입니다.

가이드라인 중심에서 학교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데요."

먼저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교과목 중 안전 교육만을 다루는 과목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교과목에서

안전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배웁니다.

이 가운데

보건 과목에서 특히 안전교육을 비중 있게 다루는데,

교통안전이나 안전사고 등

생활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같은 내용은 중·고등과정에서

과목별로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학생들은 이과 과목을 통해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과 파장에 대한 심화 지식을,

보건체육 과목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사회 과목에서는 각종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이루는 조직과 체계를 배우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원리를 이해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적 중 하납니다.

인터뷰: 사토 히로키 / 일본 문부과학성 안전교육조사원

"우선 스스로 자기 몸과 생명을 지키도록 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과

그 사회 속에서 자기 역할을 이해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

그 결과 사회 전체가 안전해지는 걸 목표로 합니다."

교과 과정에 대한 취재와 인터뷰가 끝나고

담당자는 뜻밖에도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등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등하굣길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

그 속에서 우린 어떤 교훈을 얻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어 나가고 있을까요.

이혜정 기자가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등굣길을 따라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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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나경이가 학교에 갑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500미터 남짓,

초등학생 걸음으로 10분 거립니다.

어머니들이 찻길건너기를 도와주고,

학교 앞에는 보안관도 배치됐습니다.

조두순 사건처럼,

아이들의 등하교시간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면서

학교 주변 곳곳엔 CCTV도 설치됐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앞엔

아이를 데려다주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인터뷰: 윤연섭 / 나경이 아버지

"큰 길 같은 데는 차들이 워낙 많이 다니니까 조금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같이 데리고 다녀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학교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초등학교 체육교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봤습니다.

5개 활동영역 가운데 하나로

건강 활동을 두고 있습니다.

'체력증진'과 함께 '보건과 안전'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체육은

여전히 체력 중심의 신체활동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체육교사

"체육 수업 시간에도 건강 활동 영역에 들어가 있는데

이론으로도 그렇게 많이 가르치지 않고 더 더욱이 체험이나 실습은 부족하기 때문에…"

최근엔 보건교과에서 안전교육을 맡는 추셉니다.

보건교과는 초등학교 5·6학년의 경우

연간 17시간을 배우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중 고등학교에선 선택과목입니다.

인터뷰: 정미영 보건교사 / 서울 한성여중

"중․고등학교 연계성 있게 아이들이 삶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 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도 안전을 포함한

보건교육이 필수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사회교과에서도

기상이나 지진의 원리 등이 일부 다뤄지긴 하지만,

안전교육으로서의 접근은 아직 먼 얘깁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별도의 '안전교과'를 신설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누가, 어떻게 가르칠지 등을 두고는,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