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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차량 운행·무장경계병 배치 등 안전 규정 제대로 안 지켜
차량사고 나면 M16 수백정 도난·분실 위험…'안전불감증 심각'

국방부가 예비군 훈련(향방작계훈련)에서 사용하는 총기 M-16 소총 등 무기 수송을 민간업체에 위탁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는 안전을 위해서 총기 수송을 민간에 위탁했다고 해명했지만 운송 관리가 허술해 오히려 수 백 정의 총이 운송 과정에서 분실·도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방부가 예비군 훈련을 실시하며 무기 수송 차량 임차료에 사용한 예산은 총 95억8100만원이었다. 2010년 20억1100만원을 비롯해 2011년 20억2700만원, 2012년 18억9900만원, 2013년 18억7300만원, 올해는 17억7100만원을 사용했다. 군이 예비군 훈련시 총기 수송을 민간업체에 위탁한 사실과 관련 예산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위험천만한 총기 수송 민간위탁…호송차량·무장경계병 안전규정 하나도 안 지켜

조선비즈가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 중 서울 지역에서 실시된 향방작계훈련 일부를 취재한 결과 많은 예비군 부대가 총기 수송 중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자칫 수송 차량이 사고를 당하거나 누군가 고의적으로 차량을 탈취할 경우 수 백 자루의 총이 범죄 위험에 노출되지만 사고를 예방할 안전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간인이 운전하는 민간 차량이 운반하는 총기의 대부분은 M-16 소총이다. 실탄과 공이(탄환의 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총포의 한 부분)가 없더라도 소총 자체만 있다면 이를 살상무기로 악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총기 수송을 맡은 민간 차량이 총기를 화물칸에 실은 뒤 화물칸 문에 자물쇠(시건장치)를 채우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견됐다. 자칫 교통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자물쇠도 채워있지 않은 화물칸에서 M-16 수 백 정이 길바닥에 쏟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민간 차량을 앞뒤에서 호송하는 경찰·헌병·지휘관 차량 등은 취재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을 운전하는 민간인에게 부대까지 운전방향 등을 안내하는 선임탑승자(선탑자)로 현역 장교·부사관 등이 탑승하긴 했지만 총기나 공포탄, 진압봉을 휴대한 경계병을 태우는 경우는 없었다.

육군 훈령과 규정,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지침 등에는 총기 수송에 대한 안전 규정이 명시돼 있다. '예비군 훈련에 관한 훈령(국방부령)' 제18조에는 총기 수송과 관련해 '도난 및 피탈방지를 위해 호송 등의 안전대책을 강구한다'고 돼 있다. 육군 규정 제23조에도 '수송차량은 유개(有蓋·지붕이나 뚜껑)차를 원칙으로 하며 도난 및 피탈방지를 위한 경계대책(호송차량, 무장경계병 운용 등)을 강구한다'고 돼 있다. 00사단 지침에는 '경찰, 헌병, 지휘관 차량 등에 의한 호송'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안전대책을 규정하고 있다.

◆ 軍은 왜 총기 수송을 민간에 위탁했을까…제도 언제 시작했는지 파악도 못해

국방부는 총기 수송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이유에 대해 '안전 강화'라고 답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무기 도난 및 피탈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탑차를 임차하도록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1989년 예비군 중대에 있던 무기고를 예비군 대대로 옮기면서 무기수송이 이뤄졌고 수송 차량이 부족해 민간 차량을 임차해 사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무기 수송 처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민간업체에 넘긴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병력 등 자원이 부족해서 민간에 외주를 준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총기 수송을 외주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탄창이 없는 총이더라도 분실·도난시 바로 위험천만한 무기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총기 수송 외주화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아직까지 총기 수송을 언제부터 민간에 넘겼고 그 예산내역이 총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를 문 의원실에 제출하지 못했다. 총기 수송의 민간 위탁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방작계훈련 :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따라 실시하는 훈련으로 전국의 각 주민센터 등에 위치한 예비군 중대에서 전시에 관할지역을 방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다. 예비군 중대는 총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군 부대에서 총기를 지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