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산업단지]中 ② 규제 개혁 광풍에 그나마 있던 안전규제도 없앨 판
 ▲ 2014년 3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끝장토론'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부 민·관 합동 규제개혁 TF’ 1차 회의에 참석해 “석유화학 배관이 국가산단 내의 완충녹지 상부를 통과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완충녹지는 각종 공해와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곳이나 가스폭발·누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주거·상업지역과 분리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한마디로 공업지역에서 생기는 각종 오염원이나 공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완충녹지에 석유화학 배관이 지나가게 되면 완충녹지를 만든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만약 완충녹지 상부를 지나가는 석유화학 배관에서 가스나 기름이 누출되는 사고가 생긴다면 민간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바로 오염될 수도 있다.
규제 개혁 광풍을 타고 산업계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업계의 규제 애로사항이기 때문에 개선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규제 개혁 광풍에 산업단지 안전까지 휘청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참에 안전 관련 규제를 줄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개혁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는 발언에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기 급급하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화학업체들을 대상으로 1년에 최대 4회까지 실시하던 지도·점검을 1회로 줄이기로 했다.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부, 소방방재청이 개별적으로 화학업체를 지도·점검하던 것을 통합 점검으로 바꾸면서 점검 횟수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느껴지는 중복 점검을 줄이겠다는 뜻은 좋지만, 안전점검 횟수를 1회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막무가내로 규제 개혁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안전 관련 규제까지 마구 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중소기업청은 올해 안에 등록규제를 12%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중기청의 등록규제는 150건 정도로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하면 많은 편이 아니다. 더군다나 풀어야 할 규제 목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12%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라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까지 규제 개혁 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켜줄 안전 규제까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 때문”이라며 “안전과 규제 완화는 같이 갈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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