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사망자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에 대한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화재 근본 원인과 그에 따른 대책에 대한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과수 등은 전날 화재가 발생했던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인다. 피해차량과 방음벽 등을 들여다본다.

당초 사고 원인은 차량 간 충돌인 것으로 일부 매체서 보도됐지만 현 시점서 소방 당국은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단독으로 불이 났고 방음터널 면으로 옮겨 붙어 화재 규모가 커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드러난 문제점을 보면 먼저 방음터널의 화재안전 취약이다. 방음터널은 터널형 방음시설로 소음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는 지붕이 있는 구조물인데 방음터널 소재 특성상 불을 키운다는 문제와 관련 제도 미흡 문제다.

2019년 나온 방재 논문 중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에 관한 국내 연구동향 분석’(김태우, 윤명오, 이준)을 보면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과 관련된 설치 및 품질규정은 전무한 실정. 대부분의 방음터널이 공기단축 및 시공의 편의성을 이유로 H형강의 구조체에 열가소성플라시틱인 PC 방음판으로 시공되고 있어 터널 내 화재 등 재난상황발생 시 일반터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가지게 된다”고 돼있다.

서울연구원의 관련 보고서에도 방음터널 내 추돌사고 및 화재 시 안전사고의 우려점을 제시하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이같이 방음터널 위험 저감 방재시설의 추가 설치가 분명히 필요한데도 현재의 법 규정에서는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라는 것. 실제 지하터널에 대한 방재 관련 법령 규정은 명확하게 있지만 지상에 설치된 방음터널에 대한 법률적 근거와 지침은 전무한 실정이다.

손원배 초당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방음터널 공법은 지상에 설치된다는 이유에서 공사기간 단축, 가벼움을 추구하고 저렴한 공사단가, 설치 후 주변경관에 어울리는 미관을 강조해왔다”며 “지하터널처럼 공사 단가가 상승해도 불연재를 사용함과 동시에 지하터널 적용 소방방재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관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강화유리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무게하중을 견디기 위해서 기둥 등 프레임을 견고한 재질로 설치하는 공법을 적용하면 위험성을 크게 경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 후부터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원인과 대책에 관한 내용이 게시됐다. 누리꾼들은 주로 방음터널 내 방재 시설 설치 미흡점을 지적하면서도 일각에선 터널 내 ‘속도 제한’을 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방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공사 기간이나 경제적 이유 등 현실적으로 힘드니 터널 내 교통사고 자체를 막기 위해 속도 제한을 걸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방음터널 방재시설 설치로 드는 세금은 천문학적. 투입을 줄이고 사고 줄이는 방법은 속도 제한”이라고 했고 또다른 누리꾼은 “터널에 구간 단속을 해서 속도를 제한해야 차로 변경도 안하고 추월하려고 바짝 붙지도 않아 사고가 줄어든다”고 적었다.

터널 내 사고를 막기 위해 속도 제한을 건 곳은 보령해저터널이 있다. 6.927km의 길이에 제한속도는 70km/h다. 부산의 윤산터널도 추돌 사고 등이 빈번해 속도 제한을 70km/h로 낮춘 바 있다.

터널 속도 제한 대책이 급진적이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음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화재 등 피해가 크기 때문에 속도 제한을 하는 것도 좋은 의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