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은 불치병인가
4월 16일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의 안전계기는 한 눈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304명에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참담한 재앙을 겪었으면서도 연일 터지는 안전사고에 대하여 대한민국은 무방비 상태에 있다.
선박사고, 도로교통사고, 각종 건설현장 사고 등 세월호 이후에도 사고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불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재난 대응훈련을 연이어 하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일 정도로 사고가 터지는 이유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대형 사고뿐만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 속속들이 사고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국민은 말 그대로 불안사회에서 사는 중이다. 특히 소규모 건설공사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비일비재하여 심각하단 문제의식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공사장에서 주위 보행인들에게 꼭 필요한 안전망은 으레 겉치레로 만들어 놓고, 인부들은 안전모를 쓰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 있어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라 하겠다. 사업주는 무심한 게 오히려 당연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공무원들은 인력부족, 재원부족을 핑계 삼아 먼 산 쳐다보기 일쑤니 안전 불감증의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물적 손실이나 인적 손실은 물론 조업정지, 재활비용, 대체 인력 훈련비용, 회사 위신 추락 등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본다면 훨씬 경제적이다. 이를 모를 리 없건만 그저 어물쩍 넘기는 게 뿌리박힌 것이다.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가파르게 성장하다 보니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은 경시하는 고질병을 도려내야 한다. 사회 전체가 걸린 병이니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위치에서 나서서 수술해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위험성 평가제도 경우 사업장에서 스스로 유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대책을 실행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공사장에도 위험성 평가를 도입하여 인정을 받으면 사고도 줄이고 생산성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혜택까지 받을 수 있으니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가까운 것부터 손써 안전사회의 기틀을 짜는 데 국민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
질서정연(秩序整然 )- 차례가 잘 지켜져 가지런하다 
아직도 여전한 공사현장 안전불감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