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장 현실적인 기후변화 해법 - 조기양 (사)사실과 과학네트웍 공동대표
최근 언론에서 해마다 높아지는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억제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리포트를 방영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덴마크를 모범사례로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타당성이 있는 의견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살펴보자. 재생에너지 확충은 어디까지나 ‘탄소배출량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은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선 덴마크가 우리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덴마크는 북해와 접한 나라로 1년 사시사철 강한 바람이 거의 일정한 방향과 세기로 불어오는 ‘풍력자원 부국’이다. 그래서 덴마크는 일찍부터 풍력에 주목하고 1970년대부터 현대적인 풍력발전단지를 도입한 데 이어 1991년에는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한 바 있다. 이처럼 긴 풍력발전 역사에 힘입어 덴마크는 세계 최대의 풍력터빈 제조기업인 베스타스를 보유한 풍력발전의 메카로 성장했다.
사회와 산업 구조도 차이가 크다. 덴마크의 국토는 우리나라보다 약간 큰 수준이지만 인구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 산지 비율도 15%로 우리의 64.5%보다 훨씬 낮아서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했기에 에너지 수요도 적은 편이다. 여러 나라가 조밀하게 인접한 유럽의 특성상 부족한 전력을 이웃나라에서 조달하기도 쉬워서 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더라도 부담이 덜하다.
반면 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기후 특성상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고 바람이 일정치 않은 데다 산지가 많아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불리하다. 더 큰 문제는 인구와 산업구조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덴마크의 8배에 달하는 데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조업 강국이다 보니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또한 사실상의 섬나라나 다름없어 유럽 국가처럼 이웃과 전력을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보니 안정적이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원자력발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풍력, 태양광발전의 효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발전소를 건설할 부지도 넉넉하지 않은 데다 풍력, 태양광 자원도 빈약하다 보니 재생에너지에 ‘올인’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재생에너지의 낮은 효율성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생산효율이 낮다 보니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은 원자력 전기의 5배가 넘는다. 1kWh 전기 거래가격을 보면 원자력은 52원, 신재생은 REC포함 271원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려면 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분산전력망과 인버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등 여러 인프라가 추가돼야 하기에 경제적인 부담은 더 늘어난다. 덴마크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산업용은 3배, 주택용은 5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원자력발전은 지속적,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서 신규 발전소를 추가하더라도 기존 인프라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정과 재생에너지의 삐걱거리는 궁합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급격히 늘리는 과정에서 한국전력의 누적적자는 2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 앞에 4백만 원씩의 빚이다. 적자 중 상당부분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 인프라 확충 비용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각 국가별 적합한 방법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만 고집하기보다 원자력이라는 대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미 2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값싸고 안전하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우리의 삶과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적 수준과 생활 여건을 유지하면서 기후위기에 지속가능하게 대응하려면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아가 원자력발전의 뒷받침이 있어야 재생에너지 확충도 가능할 것이다.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충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현실적인 기후변화 해법이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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