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청’이라는 정부 조직 설립이 야당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조건으로 다시 내걸렸다. 과거 잇단 산업재해에 대한 특단 조치 필요 요구 분위기에 따라 2017년 최초로 논의돼 2020년 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설치가 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요청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처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지난해 유예조건 언급 당시 이후 재차 들고 나왔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청이라는 정부 조직을 별도로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관련 본격 논의는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어 2020년 7월에 김 의원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40인의 당시 여당 의원들이 이에 동의했다. 민주, 정의당과 노동계서 입법공청회도 여러번 열리며 논의가 이어졌다. 

이듬해 1월 더불어민주당 당론까지로 채택됐다. 이후 평택항 컨테이너 청년 노동자 깔림사 등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자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를 향해 야당이 대책을 요구했고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국 단위가 승격, 산업안전보건본부 설립이 이뤄졌고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당위성을 제시한 이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인력을 확보해 전문성을 높이고 위험요소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토록 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관련 업무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과 지방고용노동청 내 일부 과에서 담당해 효과적인 조사·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배경이었다. 즉 현 당국의 전문성과 조직력 부족 문제가 있다는 것.

당시 산안청 설립을 검토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청이 설립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과 연계된 고용노동부 내 다른 부서의 업무와의 협업구조, 산업안전보건공단과의 관계 등이 구체적으로 협의돼 규정돼야 한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또 위험의 외주화, 중대재해나 직업병이 비정규 노동에 집중되는 문제는 산업안전보건 문제가 시설이나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고용구조, 제반 노동조건과 밀접하게 연계돼있어 별도 청의 설립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 행정이 고용구조에 대한 정책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감독체계와 이원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검토 결과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자료는 학계서 여러 차례 발표됐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와 입법 공청회 등에 지속 의견을 표출했던 류현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신설 청의 운용 방향에 관해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기관으로서 조직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하고 고용과 생산성 논리를 넘어선 조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이 가능하고 지원과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과적으로 집행 가능한 조직, 부처 간, 지자체와 중앙행정조직 간, 노사간의 유연하고 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불리는 해외는 어떨까. 영국의 경우 노동연금부의 외청조직으로 보건안전청(Health and Safety Executive, HSE)이 설치돼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부 외청조직으로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OSHA)이 설치돼 있는 게 대표적이다.

다만 현 정부여당은 일단 회의적 입장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은 정부조직 효율화·슬림화 기조에 따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상황이며 중대재해 예방의 필수적인 조건도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