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경남 지역에 폭우가 내려 최소 8명이 사망·실종됐다. 모두 좀 더 조심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참변이었다. 하루 최고 240㎜를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이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집중호우 대비책이 여전히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날 희생은 당국의 차량 통제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 부른 비극으로 보인다.

　경남 고성군과 창원시를 잇는 지방도에서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대학생 안모(19)양이 숨진 채 발견됐으나 차 안에 탔던 희생자가 최소 3명 더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버스는 원래 노선에서 경찰 제지로 막히자 더 위험한 하천 제방도로로 우회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동래구 우장춘지하차로에선 승용차가 물에 잠겨 나모(57·여)씨와 손녀 임모(15)양이 숨졌다. 경찰은 오후 2시17분쯤 지하차로 앞에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웠다고 밝혔으나 이후 승용차가 지하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에선 승용차가 범람한 하천물에 빠져 홍모(53·여)씨가 사망했다. 부산 덕천2동 아파트 앞길에선 남모(59·여)씨가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 숨졌다.

　이처럼 도심 도로나 주택가 아파트 앞에서 인명 사고가 줄을 이은 것은 여전히 지자체와 경찰·소방당국의 안전 대비가 허술하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부산시 구포동 양덕여중에선 학생 380여 명이 건물 5층으로 대피했다 구조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 학교는 해발 642m의 백양산 중턱에 있어 지난 18일에도 긴급 대피하는 등 폭우 때면 침수와 산사태 위협을 겪는다고 한다. 이날도 백양산 계곡의 물과 토사가 교사를 덮쳤다.

　부산시의 지하철·도시철도 역시 곳곳이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운행 중단이 꼬리를 물었다. 부산지하철 노포역과 화명역의 선로가 물에 잠겼으며, 도시철도 범어사역·구명역·금사역도 침수돼 해당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국철도 기장군 기장역과 월내역 사이 철로가 잠기면서 열차가 운행되지 못했다.

　폭우로 원전이 처음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날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는 취수 건물 일부에 빗물이 많이 들어와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피해 건물이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오는 구조물로 원자로 등 안전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의 폭우에 견디지 못하는 원전이라면 이보다 더한 호우나 쓰나미에 과연 안전하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지진 이후 쓰나미에 침수되면서 일어났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예고되는 가운데 더 큰 비극을 막으려면 면밀한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호우가 닥치면 공무원들은 신속히 출동해 침수가 시작된 도로나 지하차로, 지하철의 통행을 막아야 한다. 시민들도 통제에 적극 따라줘야 한다. 원전 등 국가 기간시설의 안전 대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안전 기준만 따질 게 아니라 시설을 더 보강할 게 없는지, 비상시 직원들의 대처 훈련은 제대로 돼 있는지를 점검하고 취약점을 고쳐 나가야 한다. 가장 큰 비극은 언제나 인재(人災)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