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로 우리 사회구조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성장제일주의와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 그간에는 최소한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인식되어져 왔던 것 같다.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발전으로 대형재난의 가능성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또한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우리생활에 더 큰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재난에 대한 예측과 예방 그리고 사후대처 능력도 발전하여 충분히 안전할 것이라고 여기며 생활해 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해상안전체계의 결점과 사후대처에 이르기까지 안전시스템 전(全) 단계에 걸쳐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과 위기의식을 가져오게 하였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수십,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쉽게 잊어버린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들을 조속히 개선하여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체에서도 재난안전 예산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대형재난의 고통은 국민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국가 경제를 뒤흔든다. 다행히 최근 재계에서도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고 관련 조직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등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안전시스템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추방할 수 있는 의식개혁 운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통안전 불감증과 산업재해 안전 불감증 등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구태의연한 의식들을 바로잡는 교육과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재난안전 예산은 전체 정부예산 342조원 중 1.69%에 불과하며 재난안전 예산의 77%를 복구비로 사용하고 예방비는 23%인 반면에 재난안전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는 전체 정부예산의 3% 수준으로 예방에 75%를 투자하고 복구비로 25% 쓰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예방과 대비에 중점을 둔 재난관리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도호쿠 지방 앞바다의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이 자연재난에 대처하지 못하면 엄청난 고통을 받는 것처럼 이제는 단순한 관리 차원을 넘어 노후한 시설물의 투자 확대와 재난조직의 일원화를 통해 예방중심의 재난관리와 국민의식 개혁이 동반된 체계적인 재난안전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