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도내 자연재해위험지구 상당수가 재해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이미 정비가 완료됐지만 아직 해제고시를 하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위험지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지정·고시한 지구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이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관리하고 있는 곳은 모두 101곳이나 된다. 유형별로 보면 붕괴위험 15곳, 유실위험 3곳, 취약방재 12곳, 침수위험 65곳, 해일위험 6곳 등이다.
 
이 중 33곳(32%)은 정비 중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68곳(67%)은 공사를 시작했는지 아니면 완료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경남도 건설방재국 치수방재과는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상청이 예년보다 올해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집중 호우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남도 자연재해위험지구 현황에 따르면 정비 중인 33곳은 붕괴위험 5곳, 유실위험 2곳, 취약방재 3곳, 침수위험 21곳, 해일위험 2곳 등이다.
 
      
자연재해위험지구 '가'등급을 받은 의령군 의령읍 만천리 산3. 이곳은 붕괴위험이 있는 곳으로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재해발생 때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매우 높은 지역인 '가' 등급을 받은 곳은 총 33곳인데 이 중 14곳만 정비 중이다. 나머지(19곳)는 공사를 아예 시작조차 않았거나 정비는 완료됐지만 해제 고시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예산부족'과 '행정상의 편의'였다.
 
창녕군은 최소 2년 전 이미 정비를 마쳤지만 아직 해제 고시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창녕군 안전치수과 관계자는 "다른 곳과 한꺼번에 해제하려고 미뤘다"고 설명했다.
 
10여 년 전에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놓고도 정비사업을 시작조차 안 한 곳도 있었다. 지난 1999년 붕괴위험으로 위험등급 '나'급을 받은 통영중앙지구(통영시 중앙동)는 아직 손조차 대지 못했다.
 
통영시 치수방재과 관계자는 "올해 7월 사전설계심의를 받았으며 지금은 보완 중이다. 8월 중으로 정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가 더디게 진행된 이유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을 꼽으며 "위험등급이 높은 곳부터 차례로 정비가 시작되기 때문에 미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올해부터 4대 6(지방비:국비)이던 사업비 비율이 5대 5로 바뀌어 각 자치단체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위험지구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매년 장마철마다 주민은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국 17개 시·도 모든 자연재해위험지구를 손볼 수는 없다. 단 조기 완공 성과가 우수하거나 사업관리를 잘하는 지자체에는 사업비를 더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