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된지 여덟 달이 돼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중소기업 현장에선 법 대응이 막막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20일 민주노총은 범야권(민주·정의당) 소속 14명 국회의원 등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현장에 제대로 안착도 하기 전임에도 윤석열 정부와 경총 등 경영계는 최고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끊임없이 법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세를 확대해왔다”며 “노동부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CSO를 경영책임자로 규정하는 등 제정된 법을 뛰어넘는 시행령 개악안이 입법예고 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의 주장은 주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명확히하기 위한 안전보건관계 법령 목록화, 법상 처벌·책임 대상의 모호성 해소를 위한 CSO(기업내 최고안전책임자)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규제 혁파를 큰 그림 삼아 경영계의 주장을 다수 반영하는 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 등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앞서 타 부처의 중대재해법 관련 경영계 입장 반영된 연구 용역 결과 제시, 법제처의 시행령 자문 요구 등이 이들 주장에 뒷받침되고 있다. 

일선 산업현장의 입장은 여전히 막막하다는 것이다. 같은날 중소기업중앙회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현장 의견수렴 간담회에 참석한 50인 규모의 한 방적업체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상승해 원가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안전장치 비용까지 지불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안전투자 비용지원 대상을 현재 상시근로자수 50인 미만에서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에는 전문 안전관리자를 둘 만한 재정 여건이 되지 못하는 곳이 많고 채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인건비를 일부 보조하거나 업종별로 담당 안전전문가를 지원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산업현장 사고는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날인 올해 1월27일부터 8월31일까지 일터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건수는 370건, 사망자수는 384건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사고 건수는 5.6%(22건) 감소했고 사망자수도 4.0%(16명) 감소한 수치다.

한편 고용노동부에서는 내달 중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