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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지난해 88명 사망
산재 인정 못 받은 수치 합치면 246명

지난해 직장내 갑질·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장인이 통계상 역대 최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정신질환 사망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망자는 158명이었다. 그 중 88명(55.7%)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직장내 괴롭힘이나 직무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는 것이 인정된 것만 한 해 88명이었다는 소리다. 사망했지만 당국에 인정받지 못한 수치는 158명이었다. 이는 2013년부터 작성된 통계 중 역대 최다다. 2008년과 2012년의 자료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는 국내 굴지의 IT기업 네이버 직원이 극단 선택을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다. 노동 당국은 네이버에 특별근로감독을 벌였고 그 결과 절반이 넘는 직원이 직장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발표됐다.

정신질환은 산재로 인정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이후 그렇게 된 것으로, 법 효과로 산재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은 맞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시행 이후인 2020년 87건에서 2021년 15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통계 작성 시점인 2013년 신청 건수(53건)에 비해서도 지난해 3배나 증가했다. 산재 인정율은 2020년 70.1%에서 지난해 55.7%로 14.4% 감소했다.

공무원은 어떨까. 지난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정신질환을 이유로 자살한 공무원 중 26명이 순직 신청을 했는데 순직이 인정된 공무원은 10명이었다.

여기에 군인연금관리공단, 사학연금관리공단, 어선원 등 위 당국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포함하면 매해 직장내 괴롭힘 등으로 극단 선택하는 인원이 100명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사의 폭언, 갑질 등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한 경우,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점과 이로 인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접수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 등 직장내 괴롭힘이 원인이 돼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이 발병했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의 상황 등이 있었다.

이는 산업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거나 정신병원의 진단을 받지 않는 등 상병 진단에 어려움이 있고 괴롭힘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많아서 산재를 인정받는 일이 쉽지 않다고 직장갑질119측은 알렸다. 이에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산업재해 인정 기간을 단축해야 하며 다양한 정신질환을 법에 열거해 인정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장갑질119의 박성우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자살자 절반은 직장인이니 실제 자살 산재 건수는 공단에 신청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살 산재 인정 요건은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이어 “자살 산재의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거나 회사의 책임을 묻는 법 제도도 사실상 없다. 과로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이 자살 산재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자살 산재의 인정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 직장에 책임을 묻는 제도를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