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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후진적 안전사고가 너무 많다. 3일 오전 울산 한화케미칼 공장 폐수처리장에서 저장조 배관 교체 작업 중 일어난 폭발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저장조 내 메탄가스가 새어 나와 용접 불티와 접촉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장은 인화성이 높은 PVC(폴리염화비닐) 생산공장임에도 작업을 하기 전에 저장조 안의 가스 농도 측정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전의식이 낮았다.

　부주의 탓에 발생하는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및 질식 사고가 요즘 들어 빈번하다. 올 들어 일어났던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배기덕트 내부 공사 중 질소가스 질식 사고(4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질소가스 질식 사고(1월) 때에도 인명 피해가 있었다. 이런 대기업 사업장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느슨해진 것도 한 이유”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이번 사고를 포함해 대부분 안전사고 피해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기업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공장의 유지·보수 등 상당 부분을 외주업체에 맡긴다. 보수 작업을 내부 인력이 모두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외주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의 ‘공생의식 결핍’과 ‘책임 회피’가 안전사고의 위험을 키워 왔다는 게 문제다.

　먼저 공장 내 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고도화된 전문 기업이 육성될 수 없는 환경을 대기업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한다. 그렇다 보니 외주업체들은 숙련된 인력을 쓸 수 없고, 작업 이해도가 떨어지는 저임 근로자나 심지어 일용직으로 채우게 됐다. 자연히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사고가 난 울산은 설계 수명을 넘긴 공장이 대다수인 40년 넘는 노후 산업단지다. 그래서 최근 5년간 197건의 안전사고가 일어났고, 사상자만 300명이 넘었다. 낡은 공장에 대한 유지·보수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문 외주기업뿐 아니라 공장 특성을 잘 아는 내부 인력이 모든 공사 현장에서 외부 인력과 협력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다 사고가 나도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도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대로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생협력단’을 꾸려 산재 위험에 대비하라고는 했으나 이 역시 ‘안전 교육’ 형태의 어설픈 대책에 그치고 있다. 적정가 낙찰제 확립, 위험 작업에 대한 숙련 인력 및 전문기업 양성, 기업 내 안전관리자 확보 등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 없이는 산업 현장의 인재(人災)형 재해는 줄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