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 위험요소 등 재점검, '안전경영' 부각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 안전포비아(phobia·공포증)’에 걸렸다. 지하철 추돌 등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걱정이 가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안전포비아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표심을 여지없이 흔들어놓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바꿔놓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긴급 진단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산업계에서 안전경영이 최우선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큰 사고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팽배하다. 정부가 안전불감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라도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세월호 참사 직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별로 재난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했고, 전날 전국 계열사 사옥과 주요 사업장 250여곳에서 재난 대피훈련을 진행했다. 삼성은 앞서 지난해 초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 등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자 올해 말까지 안전환경 분야에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 안전관리가 가장 시급하다. 2012년 9월부터 당진제철소에서 10여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사고가 이어지자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은 당진제철소를 직접 찾아 안전 예산을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대폭 늘릴 것을 지시했다. 안전관리 인력도 애초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300여명 규모의 상설점검반을 편성해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공장별 안전 전담 부서를 지속 운영하고, 수시로 점검 및 사고 예방 활동에 힘쓰는 등 안전 재점검에 나섰다. 특히 기아차는 올해 230억원을 안전관련 개선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60세 이상의 고령 조종사들에게 개인 피로도에 따라 비행시간을 조정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비행시간 조정요청권’ 제도를 지난달 말 신설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를 겪은 아시아나항공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사고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서 13일 입주사 직원들이 입을 막고 화재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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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과 규모를 떠나 산업계 전반에서 불안요소를 재점검하고, 위험요소를 배제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 사고 예방과 대처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가스운반선이 폭발했고, 지난 9일 포항제철소에서 유증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에는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8명이 다쳤다.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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