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산업공단]上 ① 툭하면 폭발사고…위험물 지뢰밭으로 변한 공단
지난 40년간 국가경제 발전을 성장의 떠받쳐온 전국 산업단지 공단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최근 5년 동안 산업단지에서 10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성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산업단지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노후 산업단지에서는 작년에만 2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의 산업단지는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노후 산업단지 안전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비즈는 국내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성공적으로 산업단지 재생에 성공한 해외사례를 찾아봤다.
 - ▲ 지난 1월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 내 도로 굴착공사 과정에서 매설된 프로판가스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되자 소방대원들이 중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울산남부경찰서 제공
◆ 여수·울산·반월시화…노후 산단 곳곳 위험 사각지대
이달초 방문한 울산 미포산업단지, 전남 여수산업단지, 수도권의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산업단지의 혈관인 배관들이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채 위험천만하게 방치돼 있었다. 위험물이라고 써진 탱크통이나 배관이 대형트럭이 쌩쌩 달리는 차도 옆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칫 트럭이 배관을 들이박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산업단지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크고 작은 배관들은 혈관 같은 역할을 한다. 혈관이 온몸 구석구석에 피와 영양분, 산소를 날라주는 것처럼 배관들은 산업단지 곳곳에 증기와 가스, 원유 등을 공급해준다. 이런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혈관이 막히거나 잘리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산업단지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큰 사고로 이어진다.
산업단지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땅 속에 있는 숨은 배관들이 더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라리 지상에 나와 있는 배관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해서라도 다니면 되지만, 땅 속에 있는 배관들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단지 곳곳에서는 땅 속 배관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울산 남구 황성동 석유화학단지에서는 도로굴착 과정에서 지하에 매설된 프로판가스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생겼다. 굴착기가 도로에 묻힌 지름 150mm의 프로판가스 배관을 실수로 건드리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특히 배관이 미세하게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울산석유화학단지의 한 석유화학업체 안전관리 담당자는 “땅 밑에 있는 배관은 파손 사실 자체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스나 유독물질이 장기간에 걸쳐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후 산업단지들을 대부분 땅 밑에 배관이 있기 때문에 산업단지 땅 속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유독물질 창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 최근 붕괴와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금호티앤엘 발전용 유연탄 저장고의 복구 모습. 사고가 난지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대로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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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산업단지에서 일한다는 한 노동자는 “울산 산업단지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이 근처의 오래된 중소기업들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보면 된다”며 “시설이 오래돼 위험한 것도 있고 안전에 체계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는 기업도 많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아간 여수산업단지는 화학물질 냄새가 진동했다. 여수산업단지는 GS칼텍스, 여천NCC, 남해화학(025860) (8,700원▼ 220 -2.47%)같은 국내 대표 화학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270개사 가운데 50% 정도인 134개사가 위험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산업단지 도로변에는 송유관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송유관에 띄엄띄엄 박혀 있는 기둥은 머리부분이 화학작용 때문인지 뭉개져 있어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설립된 지 20~30년이 된 공장의 잿빛 송유관과 저장고는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고, 낙포부두로 이어지는 안전대에는 틈이 갈라져 있었다. 송유관을 지탱하는 철물 받침대도 마찬가지로 녹슬고 휘어있었다. LG화학(051910) (261,000원▼ 6,000 -2.25%), 남해화학 같은 대기업 공장들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 ▲ 반월·시화단지의 좁은 도로를 위험물질을 가득 채운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운행하고 있다. 주차 장소 부족으로 좁은 차도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트럭들은 중앙선을 추월하기 일쑤였다.
공장뿐이 아니었다. 공장 사이사이에 놓인 좁은 도로에는 대형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고다발지역 절대감속’이라는 간판이 도로에 붙어 있었지만 속도를 줄이는 트럭은 없었다. 트럭 대부분이 ‘위험물’, ‘위험 고압가스’ 같은 경고판을 붙이고 있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아찔한 느낌을 줬다.
여수산업단지 한 쪽에선 올 2월 붕괴사고 이후 화재까지 발생했던 금호티앤엘 발전용 유연탄 저장고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언제 또 비슷한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수도권 대표 산업단지인 반월·시화공단도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P섬유업체의 경우 사업장 주변의 담이 거의 무너져 있다시피했다. 담벼락 위에 설치한 철조망은 녹슨 채로 인도를 향하고 있었다. 인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철조망을 피해 대형 트럭이 달리는 도로로 내려와야 했다. 그나마 차도 대부분을 주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소방차 같은 응급차량들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어보였다.
 - ▲ 2일 방문한 안산시 반월·시화단지의 한 중소기업 공장 담장에 '담장붕괴위험'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다. 철제 울타리 끝이 인도 쪽을 향하고 있어 위태위태한 모습이다.
◆ 노후 산업단지 안전사고 급증
노후 산업단지 안전사고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조성된 지 30년 이상된 노후 산업단지 17곳의 최근 3년(2011~2013년) 안전사고 건수는 56건에 이른다. 2011년에 13건, 2012년에 15건, 2013년 28건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울산미포산업단지, 경기 시화산업단지, 전남 여수산업단지는 최근 3년간 9건씩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가장 위험한 노후 산업단지로 꼽혔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규제라는 건 종합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한다면 안전 관련 규제도 함께 완화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다 터진 다음에 안전 규제 강화하겠다는 건 찢어진 상처에 반창고 하나 붙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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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 경남안실련 재출범식 
공공기관이 독점하는 해상교통 안전진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