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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3주년과 대한민국의 안전 - 경남안실련 사무총장 이진규

한반도가 일본제국으로 부터 해방되어 주권을 되찾은 광복절 73주년을 맞이하면서 국가의 안전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잦은 침탈에도 국난을 극복하며 주권을 지켜왔던 한반도는 19세기 국제질서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능하게 대처한 결과 일제의 야욕으로 대한제국이 사라지는 비운을 겪게 됩니다. 황제와 황실 일가, 고관대작, 사대부는 제 목숨 부지하느라 국민의 안녕을 내 팽개쳐 버렸습니다.

소녀는 위안부로, 청년은 징용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숱한 나날을 가슴조이며 살아 내어야 했습니다. 주권과 안녕을 회복하기 위해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내달린 이는 다름아닌 민초였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민초의 안전은 어떻게 지켜내어야 하는 가를 고뇌하며 만주로, 상해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꾸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광복 73돌을 맞이했습니다.

두번 다시 무지와 무능으로 한반도가 유린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생명과 재산을 수탈당하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21세기 국제사회는 다변화라는 슬로건으로,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영토의 침탈이 아닌 경제와 문화의 수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된 우리나라는 견고한 경제력을 구축하였으나, 조율되지 못한 경제정책과 탁상행정 안전정책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 -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외부로 부터의 경제수탈에 대한 방어가 시급한 때에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인해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합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원형인 임금주도 성장론은 경제를 도덕적 잣대로 접근하는 이념과 사상에 가깝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정통 경제학은 임금이 노동의 수요와 공급, 한계노동생산성에 좌우된다고 보는 반면 임금주도성장론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투쟁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자본가가 더 많이 차지하면 이윤주도 성장이고, 노동자가 더 많이 가져가야만 임금주도 성장이 된다는 것인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 오를수록 민간 소비는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자본·노동·생산성의 함수 관계라고 봅니다. 자본과 노동이 더 투하되거나 기술이 발전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인데, 임금 인상에 따라 생산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은 설비 투자와 고용을 줄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소득주도 경제정책이 저성장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이 피폐해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안전정책 - 국민의 안전할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재난 및 안전사고 사망자 수가 62명에 달하는 등 안전관리 수준은 (OECD 35개국 중 29위라는) 그야말로 안전후진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창원터널 앞 유류화물차 화재사고, 충북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밀양세종병원 화재참사 등의 사고에서 공통점은 위험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상구는 수납함으로 막혀있고, 환자를 대피시킬 인원과 메뉴얼은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고, 위험물운반차량 관리는 낮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국민은 위험으로 부터 노출되어 있고, 적절히 관리되거나 개선되지 못하면서 참사로 번지게 된 것입니다.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 단 1명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지켜 ‘사람이 우선인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안전정책은 '국민이 안전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법과 제도로 부터 안전을 추구할 권리, 환경과 시설로 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을 통해 안전을 실천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정책은 '국민이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원칙과 질서로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 양보와 배려로 모두를 살펴야 하는 의무, 제안·신고·제보로 위험을 공유해야 하는 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안전정책으로 국민행복을 실현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재난이 닥쳐왔을 때 국가가 신속한 현장대응능력을 갖추고 책임을 다하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중국 ‘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고사성어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난관리시스템도 이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한 근원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향후 10년,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재난안전 정책과 전략을 혁신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