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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테크노밸리 야외공연 중 환풍기 덮개붕괴로 16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 결실의 계절인 10월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우리나라 전체사망자중 치료나 예방을 통해 회피가능한 사망비중이 10명중 4명 정도가 된다는 것인데 이번의 경우에도 회피 가능한 사고여서 마음이 더욱 아프다.

기본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잠재적 위험이 있는 곳을 찾아 설계, 설치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제거하고 안전이 평시에 확보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이 녹녹치만은 않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설물들이 생겨나고 또한 관리 대상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각 만큼 완벽하게 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안전의 이행력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통사고문제만 해도 유럽연합 국가들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업용 자동차를 대상으로 운행기록계를 장착, 1년동안 그 운행기록을 보존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교통경찰이 운전자에게 수시로 운행관련 기록을 요구해 확인하고 있어 운전자들은 규정된 운행시간과 제한속도를 비롯한 안전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통상적으로 이러한 안전조치는 해당분야에서 사고로 인명 손실이 다수 발생한 후에 이뤄진다는데 있다. 이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벡이 위험사회를 설명하면서 문명의 발달 속도가 너무 빨라 새로운 기술 속에 내재된 위험을 제어하는 방안이 시의적절하게 적용되지 못한다고 우려를 표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 사회에 산재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고 완벽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일차적 희망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위험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것이 삶의 지혜일까?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인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는 위험시설의 설계, 설치 및 사용관리 주체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아주 필요한 문구이다. 그런데 미국 금융위기를 예견하여 유명해진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위험을 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기술하고 있다. 9·11 테러의 경우 만일 사전에 테러가능성을 생각 할 수만 있었다면 전투기를 발진시켜 쌍둥이 빌딩 주변을 선회하고 여객기 조종실 출입문에 방탄장치를 설치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즉 알고 있는 것에서는 위험이 나오지 않는 법인 만큼 아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요즈음 같은 위험사회에서는 정부, 학교, 기업, 단체는 물론 개개인까지 안전을 보는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초등학교때 배운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일 경우 멈추고 파란불일 경우 건넌다”가 잘된 표현일까? 세계적 안전컨설팅회사인 듀폰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파란불일 경우 주위를 살펴서 차가 멈춘 것을 확인한 후 건넌다”는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울산시청에서 열린 재난안전세미나에서 연세대 조원철 교수의 강의 중 위험사회를 안전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내용이 있어 전하고자 한다. 지난 5월 발생한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같은 사고에서 안전하게 대피하려면 평소에 비닐봉지를 한 장씩 가지고 다니다가 화재발생시 봉지에 바람을 채운 후 코와 입에 대고 대피할경우 짧은 시간이나마 효과를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