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LOGIN  |  회원가입  |  안전지도사

"민간에 구조 맡기는 수모 없게 … " 해양안전 요원들 머구리 잠수 특훈
 
 
국민안전처 소속의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오른쪽 두 명)이 지난 2일 경남 진해의 해군 해난구조대(SSU) 기지 앞바다에서 잠수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별 장비의 무게는 약 50㎏이다.
 
“넘버 원 다이버, 다시 돌아올 것.” “넘버 원 다이버, 돌아가겠음.” 지난 2일 경남 진해의 해군 해난구조대(SSU) 기지 앞바다. 잠수지원정 위 교관의 지시와 물 속 훈련생의 응답이 통신선으로 분주히 오갔다. ‘생명선’이라 불리는 호흡·통신선을 연결한 헬멧을 쓴 14명의 훈련생은 SSU 대원이 아니라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이었다. 이들은 오후 내내 물 위의 칼바람과 물 속의 냉기를 견디며 잠수를 반복했다.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은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으로 지난해 12월 새로 구성됐다. 해경 남해지방청 특수구조단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확대 개편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올 상반기 중에 삼척과 목포에 특수구조단 지역대를 하나씩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부산에만 있다. 동·서·남해를 제각기 관할하는 본부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번 훈련은 28명의 기존 대원에 대한 재교육 차원에서 진행됐다.
 
　기자가 장비를 직접 착용해봤다. 목에 지지대를 차고 지름이 50㎝ 가까이 되는 15㎏짜리 헬멧을 썼다. 허리에 찬 납덩이와 어깨에 짊어진 산소통이 몸을 짓눌렀다. 훈련을 총괄하는 김태현 해군 소령은 “장비를 다 합하면 보통 성인 여성의 몸무게인 50㎏이 넘는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이날 배운 것은 물 밖에서 산소를 공급해주는 ‘표면 공급식 잠수’다. 통상 ‘머구리 방식’이라고 한다. 산소통에 의존하는 잠수보다 안전하고 장시간 구조에 적합하지만 무거운 장비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수구조단 대원 대부분이 SSU와 UDT(특수전전단) 등의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지만 별도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임근조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단장은 “세월호 사건 때 모두가 알다시피 민간 잠수사와 해군이 주로 수색·구조 업무를 맡고 해경은 보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그런 부끄러운 일을 겪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각오”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3일 오전. 거센 비가 몰아치는 바다 가운데에 다시 대원들이 모였다. 수심 15m 아래로 가라앉은 어선 ‘대원호’를 수색하는 훈련이었다. 침몰 지점을 알리는 형광색 부표를 보고 물 속으로 뛰어든 대원들이 목표물을 찾아낸 뒤 물 위로 다시 떠오르는 데까지 평균 20분 정도가 걸렸다. 30분 이상이 걸린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대원들은 흙탕물처럼 뿌연 물이라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훈련생 가운데 최고참인 한동수 경정은 “바다 속에는 늘 황토빛 풍경이 펼쳐진다. 그같은 상황을 반복해 경험하는 것이 ‘실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수구조단은 이런 훈련을 통해 해양 사고 시에 반드시 ‘골든타임’ 내에 구조 작업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광호 경감은 “이번 교육 기간 동안에 구조 시간을 단축하는 정교한 현장 대응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 중앙일보 정종훈, 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