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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글로벌안전센터 고소·중량물안전실습실에서 이 센터 안전교육 강사인 안찬교(54) 부총괄(포스코 직급 중의 하나)은 6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안전모 관련 교육에 여념이 없었다.

안 부총괄이 입사 2개월째라는 한 교육생에게 안전모를 씌우고 1m 높이에서 300g 무게의 물체를 떨어뜨리자 예상과 달리 ‘쿵’하는 큰 소리가 실습실을 울렸다. 그는 “우리가 일하는 작업장에서는 항상 크고 작은 추락사고 위험이 있고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맞으면 골절상 등 상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무조건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바로 옆에 위치한 약 5m 높이의 안전벨트 체험용 크레인 앞으로 교육생들을 이끌었다. 허리만 묶는 허리형, 어깨까지 묶는 상체형, 상하체를 모두 묶는 그네형 벨트의 특징을 설명하더니 교육생들에게 벨트를 채우고 이내 크레인으로 들어올렸다. 허리형과 상체형 벨트를 착용한 교육생들 입에서는 곧바로 ‘내려주세요. 못 버티겠어요’라는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그네형 벨트를 맨 교육생들 얼굴은 편안했다.

안 부총괄은 “경험했듯이 허리형이나 상체형 벨트는 1분 38초가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라며 “포스코 사업장에서는 두 벨트를 사용하지 못하니 그냥 버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2층 소방실습실에서는 임현주(여) 부총괄이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사용법에 대한 실습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임 부총괄은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주변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소화기를 사용하면 된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소화기 사용법을 몰라 실제 화재 현장을 보면 불에 까맣게 그을린 소화기가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도 소화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밝힌 교육생들은 다소 서툴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실험기기의 불꽃을 향해 분말을 내뿜었다.

이날 안전교육을 잠시 지켜보니 이상한 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모두 푸른빛이 감도는 포스코 작업복을 입은 반면, 교육생들은 저마다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날 교육은 포스코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매주 수요일 외주파트너사(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실시하는 ‘현장에 강한 안전리더 양성’ 교육이었다.

직원들의 안전사고 예방 및 위급상황 체험 교육을 위해 지난 2011년 130억 원을 투자해 지상 3층, 연면적 4240㎡ 규모의 글로벌안전센터를 설립한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25개 계열사는 물론 115개(해외 포함 140개)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글로벌안전센터에서 안전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32차에 걸쳐 775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안전교육을 받았고 올해도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497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교육을 이수했다.

글로벌안전센터 운영을 책임진 장왕환 총괄은 “안전교육을 원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관련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전 직원에게 안전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은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유형에 따라 가스안전, 전기안전, 소방, 설비안전, 고소·중량물, 심폐소생술 등 6대 중점 안전사항을 기본으로 하고 주제별로 각각 1시간씩의 이론교육과 체험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여기에 더해 업체별 특성에 맞게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글로벌안전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협력업체의 경우 센터 강사진이 출장을 나가 협력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까지 무료 안전교육을 확대하면서 ‘안전’을 ‘비용’ 정도로 생각했던 협력사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날 글로벌안전센터에서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고소·중량물교육 등을 받은 김남국(43) 명강엔지니어링 주임은 “기계 정비일을 하다 보니 팔다리가 끼는 등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지루한 수업쯤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체험 위주로 안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에게도 꼭 한 번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는 안전사고 및 재해 발생에 대비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안전보건그룹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과 광양제철소 등 현장에 안전전문가 150여 명을 배치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는 물론 현장에 투입된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안전집합교육을 수료한 경우에 대해서만 출입을 허용하는 등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