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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관련 조직, 최고경영자(CEO) 직속 배치
"안전, 투자해야 변한다"..정부, 원청업체 책임 강화
 
세월호 참사 이후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석유·화학이나 조선·철강업계는 1960~1970년대 조성한 산업단지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최근 빈번히 발생,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 아래 직속 안전대책반이나 안전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안전환경 분야에 전년보다 500억 원 늘어난 14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아울러 사업본부 산하로 흩어진 주요 공장의 안전환경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이관하고, 본사 안전환경담당을 임원 조직으로 격상했으며 ‘안전환경진단팀’도 새로 만들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닌 제로(0)다. 안전환경이라는 ‘1’이 없이 달성한 생산과 품질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안전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작년부터 기술환경안전팀을 대표이사 직속부서로 옮겼고, 올해는 기술환경안전실로 격상했다. 환경안전 전담 인력도 해마다 늘려 전문인력이 2년 전보다 20% 이상 많아졌다. 또 지난 2월 ‘10대 절대 안전 수칙’을 선포하고 위반한 직원이나 협력사에 인사 불이익이나 퇴출 등의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안전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제안전등급시스템 ‘ISRS’를 도입해 2012년 공인 6등급을 받았고, 2016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8등급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5월 따로 관리하던 환경과 안전 품질경영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품질백서를 만들어 안전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해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대표이사가 주관하는 환경·안전통합회의를 최소 연 4회 이상 시행하고, 현황이나 정보 등을 교환하며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최근 조직을 슬림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도 안전부서는 되레 확대개편했다. 위험요소를 미리 관리하기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 Chief Safety Officer)를 신설하고 일반임원이 아니라 부사장급 임원을 배치해 관리·감독 기능을 부여했다. 아울러 안전진단센터 등 안전·환경 부문에 박사급을 포함해 125명의 전문가를 투입하고, 비상대응팀을 추가 설치하는 등 관련 인력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에 3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외부 안전 종합진단을 받아 자제 조직뿐 아니라 협력사나 잠재적 재해요인까지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또 안전경영부를 안전환경실로 승격하고 총괄 책임자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높였다.

현대제철도 안전관리시스템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 4월 말 분야별 외부 전문가 200명을 충원하고, 현장안전점검반을 전문가 300명으로 만들어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 안전예산도 애초 2015년까지 12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4배 이상 크게 늘렸다.

기업의 안전관련 투자는 정부의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경영상태 등을 고려해 중대 재해가 아니면 당국도 봐주는 기류가 엿보였지만 최근 사소한 사고도 엄격하게 다뤄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 의식과 비용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며 “사고를 예방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기업들이 대비하지 않으면 잇따른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안전에 투자하는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지원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산업재해 발생 때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내달까지 산업안전혁신 종합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