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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3명꼴 사고사 年 40兆 재산피해.. 안전분야는 ‘후진국’
 
각종 사건사고 등 외부적 요인으로 매년 전국에서 약 3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하루 평균 88명, 시간당 3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하루에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5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며 4명은 산업재해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풍수해 등으로 사망한 사람도 500여명에 달하고 이 기간 직접적인 재산피해액만 무려 111조55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을 통해 외상이나 손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건수는 연간 1000만건이 넘는다. 여기에 드는 직접비용도 27조5000억원 규모로 산재와 교통,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사고가 사망의 가장 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3가지 요인으로 발생하는 사고의 빈도가 절대적으로 많은 만큼 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안전 사회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 안전수준은 국민소득 1만5000달러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안전보건 등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분야의 안전지수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국격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세월호 침몰참사에서 보듯이 재난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통치권 실종과 무능,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재 등은 우리나라 안전수준의 현주소다. 대한민국 호가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안전공화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4주년을 기념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 제고와 국민공감대를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격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막줄지'(재난은 막고 위험은 줄이고 안전은 지키고) 시리즈를 진행한다.
 
■ 재난이 일상화된 사회…구조적 문제 척결 시급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 한 해 사건·사고로 3만명 이상이 사망하는데도 사회적 반응은 무감각하기만 하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체감도는 지난해 기준 29.8%로 낙제점 수준이다. 기초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관련 사고가 반복적·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 사고는 지난 2012년 인구 10만명당 4.3명에 달한다.

독일 마니치그룹 연구소가 전 세계 대도시를 대상으로 자연재해위험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1000점 만점에 15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 도쿄는 무려 710점으로 평가됐다.

해마다 재래형 대형사고가 반복적이고 빈발하는 것은 재난안전관리체계가 취약한 데도 있지만 사회의 물적·안전관리시스템의 기초가 약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및 재난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사실 대부분 인재이거나 인적재난과 결합된 양상을 보이며 사회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전체 144만여건의 인적재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에 빠져 있다는 신호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벡은 이를 일찍이 '위험사회'로 명명하며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본질적 이유로 간주한다. 물질문명의 화려한 이면에는 위험이라는 재앙이 사회적 상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불감증만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순 없다. 사회 내부에 깊게 뿌리내린 구조적 요인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대형재난은 점점 고도화·집적화·대형화·복잡화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위험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무차별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영역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적시스템과 안전관리시스템이 상당히 노후화됐거나 부실하다. 물적시스템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산업단지의 불산가스누출 사고처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의 중화학공업이나 원전, 지하철, 가스관, 송유관, 도심의 여러 건축물 등이 수명을 다했거나 내구연한을 초과한 것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잠재적 시한폭탄인 셈이다.

1990년대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여파로 필요 이상의 규제 완화가 추진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외환위기 후 보편화된 비정규직화, 외국인근로자의 증가, 고령화, 외주화 등이 기업의 근로형태와 구조가 바뀌면서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취약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현장에서 노하우를 습득한 소위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많아 비록 시설이 노후화됐더라도 이상 징후를 포착,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외주화로 '안전 사각'이 커지고 있다.
 
■ 안전도 수익자부담원칙 적용해야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위험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사회라는 의미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이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위험은 특수하거나 제거의 대상이 아닌 일상적인 관리가 필요한 사안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위험을 생산하는 주체들에게 위험을 관리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위험생산자에게 리스크관리와 피해배상의 책임을 지도록 하지 않으면 '외부불경제', 즉 제3자에게 위험관리를 외주화하는 것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위험 생산자에게 사전적 예방책임은 물론 사후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성대 박두용 교수는 "위험생산자가 궁극적으로 위험에서 생산된 이득을 취하되 그 관리책임과 손실 또한 귀속시키는 '수익자부담원칙'을 지키는 것이 예방관리의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위험은 중앙정부가 전부 책임을 지는 단일 체제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 등 모든 사회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형 안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방행정연구원 전대욱 연구원은 "안전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회복가능한 안전공동체'라는 장기적인 정책 과제 수립이 시급하다"며 "정부와 민간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식 안전정책'의 추진이라는 새로운 시도의 실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전개돼 온 개별적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단수하고 효과적인 강력한 상향식 방식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잘 활발하게 활용되는 '국가재난위험평가'제도 등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