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심폐소생술로 1분 만에 깨어나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전. 전반 33분 인천 김남일(36)과 공을 두고 경합하던 전북 박희도(27·사진)가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한국 스포츠는 몇 번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프로야구 임수혁은 2000년 4월 LG와의 경기 중 2루에서 쓰러져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0년 사망했다. 프로축구 신영록은 2011년 5월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부정맥으로 경기 중 쓰러졌다. 제주 트레이너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약 1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50일 만에 의식을 되찾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금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박희도는 목 통증 때문에 찼던 보호대를 하루 만에 풀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의료진은 15일 열리는 부산과의 FA컵 4강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는 어떤 행운이 따랐던 걸까.
박희도는 넘어지면서 뒷머리를 그라운드에 세게 부딪히며 의식을 잃었다. 전북과 인천의 의료진이 동시에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119 구조대원까지 투입됐다.
김병우 전북 의무 트레이너는 “박희도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의식이 없었다. 눈이 풀렸고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혀를 붙잡고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가슴을 몇 차례 압박했다. 다행히 1분 정도 만에 호흡을 되찾고 의식을 회복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휴대하고 있던 자동 제세동기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 제세동기는 심장에 전기 자극을 줘 맥박을 회복시키는 장치다. 임수혁과 신영록도 자동 제세동기가 있었다면 지금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임수혁과 신영록의 아픔을 겪으면서 한국 스포츠의 응급 처치가 선진화된 셈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신영록 사고 후 경기장 응급치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특수 구급차 1대와 의료진 3명(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이 의무 대기해야 한다. 경기장은 물론 선수단 이동과 훈련 때도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제세동기를 비치해야 한다. 클럽 산하 유소년팀에도 제세동기를 보급했다. 또 응급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기준에 맞춰 전신 척추 고정기, 휴대용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보급도 마쳤다. 2009년 설립된 의무위원회는 매년 트레이너와 주치의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프로야구는 자동 제세동기 비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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