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 20명 중 1명만 살았다…심폐소생술 교육 의무화해야
 ▲ 심폐소생술 실시방법. 심장정지로 쓰러졌을 때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조선일보DB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모(52)씨는 지난달 집 앞을 걷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김씨 근처에 있던 지역주민이 발견해 김씨의 심장박동이 멈춘 것을 확인했다. 주민은 119에 신고하고 10여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시 심장이 뛴 김씨는 살아날 수 있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 혈액을 순환시켜 뇌 손상을 막고 심장이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김씨처럼 길에서 심장정지로 쓰러졌을 때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1일 대한심폐소생협회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심장정지가 발생했을 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비율은 8.3%에 그친다. 또 심폐소생술을 받고 목숨을 구하는 확률은 4.8%에 불과하다. 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환자 20명 중 1명만 살아난다는 의미다.
심장정지는 발생 초기 4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매우 위협적인 질환이다. 2013년 한해동안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심장정지로 2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반면 미국 보건부가 집계한 심장질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심장정지가 일어난 환자의 생존율은 10.6%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 실시율이 한국보다 5배 높아 생존율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2013년 미국의 집이나 길에서 발생한 심장정지는 32만 6200건이며, 이 중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비율은 40.1%(13만건)를 기록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심폐소생술을 많이 실시하는 이유는 1990년대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1~2년 사이에서야 심폐소생술 교육이 확산됐다. 국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자는 2012년 1000여명에 불과했다. 이어 2013년 6만명, 지난해는 7만명이 관련 교육을 받았다.
심장질환 전문가들은 처음 심장정지가 생긴 이후 4분 이내의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뇌 속에 있던 산소가 모두 소모되는 4분 이후부터 뇌가 급격히 손상되고 식물인간 상태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엘리베이터나 계단, 복잡한 도로로 이송될 경우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사람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노태호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정지가 일어나면 1분당 10%의 뇌손상이 진행되고 4분을 넘는 이후부터 뇌손상이 일어난다”며 “심정지를 막기 위해 의료진 외에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방법은 환자를 바닥에 눕히고 가슴 압박을 실시한다. 왼쪽 손바닥 아래의 두터운 부분을 가슴 사이 정중앙에 대고 오른손은 깍지 낀 상태로 왼손을 눌러 압박을 반복한다. 누르는 깊이는 5㎝ 이상, 누르는 횟수는 분당 100회 이상이어야 한다. 자동심장 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거나 구급대원이 현장에 오기 전까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노 교수는 “심장정지는 본인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된다”며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환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에서 심폐소생술 전파에 나서고 있다. 이달에도 서울 광진구, 강원 평창군, 충남 천안시 등의 지자체 공무원과 서울여대 학생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졌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응급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4분을 놓치지 않으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심장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국가의 지원과 지역주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15년도 제39회 청백봉사상" 주민용 후보자 추천 
심장이 멈춘 선수를 살렸다. '쓰리고의 기적' 
